MMA(이종격투기) 실전장면

MMA(이종격투기)의 탄생 (3편)

 

무술은 도복무술과 MMA계 무술로 판도가 양분될 것이다

 

무술은 평화시기에 발전을 한다. 살벌한 전장에 나가기 위해서는 화려하고 복잡한 기술은 필요가 없다. 목숨을 지키기 위한 간단한 한, 두 가지 기술이면 족하다. 동아시아에서는 17~18세기 이후의 평화시대가 본격적으로 무술이 발전하는 시기였다.

동아시아적인 관점에서의 무술은 문파와 계보를 필요로 하며 기격능력은 낮은 차원의 무술로 생각하고 자기단련을 중요시하는 개인적인 성격이 강하다. 무술은 형(型)을 연습하며 특히 일본무도는 자유대련과 공개시합을 하지 않는다. 비밀스럽고 폐쇄적인 모습이 일반인들이 무술문파를 생각하는 전형적인 이미지이며, 각종 무협지와 영화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전통시대에는 중국이고 일본이고 간에 공개적인 시합은 거의 하지 않았다.

일본의 대표적인 경기무술인 유도는 개인적인 수련과 더불어 상호간의 시합을 중요시하고 수련체계 안에서도 시합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러한 경기무술의 역사는 불과 100여 년 밖에 되지 않았다. 유도는 처음부터 경기를 염두에 둔 기술들을 배운다. 소위 필살기라고 하는 위험하고 잔인한 기술들은 사장되고 스포츠맨십에 입각하여 효과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들만이 선택, 발전되었다. 물론 이런 무술들은 공개시합을 한다. 유파간의 자존심이나 사활을 건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다. 유도는 전통적인 무술관에 서양에서 수입된 스포츠에서의 ‘경쟁’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이다. 이 시기를 대상으로 하는 만화와 소설들도 많이 나와 있지만 공개시합과 스포츠화한 무술이라는 것은 전통적인 무술들과 현격한 차이를 드러낸다. 오키나와의 전통적인 가라테 유파들이 도매 방식의 타격을 하는 이유는 무술은 스포츠가 아니라는 생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격투에 몰입하면 자칫 상대방의 목숨을 빼앗아 갈 수 있기 때문에 직접 타격을 하지 않았고 형 위주의 수련을 한 것이다.

무술계에서 지난 100년의 세월은 금기가 깨지는 과정이었다. 폐쇄적인 것에서 공개적인 것으로, 형 위주의 수련에서 자유대련으로, 간접타격에서 직접타격으로, 최근에는 쓰러진 상대에 대한 안면타격까지 허용돼 과거 무술의 금기는 차츰 사라지고 있다. 금기는 사람들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실전에 더욱 가까이 가려는 MMA의 특성상 후두부 타격이나 눈과 낭심 공격 등의 금지기술조차 언젠가 없어지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앞으로 MMA가 더 극단화 된다면 과거 전장의 무사들처럼 갑옷을 입은 채 진검을 들고 승패를 가르는 경기가 나올 지도 모른다.

MMA는 포르노처럼 선정적이다. 마운트 자세의 타격처럼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기술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그렇다. 해외의 포르노 사이트들이 MMA 동영상을 같이 취급한다는 점을 볼 때 사람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 자손번식욕구 못지않은 두려움과 힘에 대한 동경이다. 문명은 매너를 만들고 의복과 도덕을 만들었지만 그것으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은 남모르는 사람과 바람을 피우고 MMA 경기장에서 함성을 지르게 만든다.

금기가 사라질 때 기준이 되는 것은 실전이다. 무술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기격성이며 이 기격성은 실전에서 검증이 된다. 현실세계에서 실전은 법률적으로 금지되었기 때문에 실전과 유사한 경기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종합격투기는 아무런 규칙 없이 싸우는 실전의 모방이다. 하지만 경기를 표방한 이상 룰이 있어야 하며 실전성의 어떤 일정한 조건 하에 실험할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종합격투기계의 변화는 이 조건을 계속 바꿔 보는 것이었다. 종합격투기의 실전성은 현실의 싸움을 상정해서 제한을 완화하거나, 바꾸면서 진화했다.

가라테에서도 상대의 몸 앞에서 멈추는 도메 타격에서 직접 타격으로, 글러브를 끼고 안면을 구타하는 데까지 실전성의 추구는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룰은 싸움을 제한하며 실전에 근접하려는 것을 방해한다. 룰 때문에 생겨난 경기장의 형태와 도복, 용구들 때문에 새로운 전법과 기술들이 개발되었으며 어딘지 실전과 비교해 미흡할 때는 더욱 개선이 되었다. 고도의 경기화가 이루어진 ‘무술 단체에서는 이 룰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전법까지 개발이 된다. 유도경기에서는 불리한 공격을 받았을 때는 고의적으로 장외로 물러나기도 하며 안면타격을 금지하는 극진가라테의 경기에서는 몸통부위의 타격을 견디고자 목에 힘을 주어 턱을 치켜드는, 권투에서는 금기시되는 자세도 간혹 볼 수 있다.  해외스포츠중계

 

최근의 MMA 열풍은 100여 년 전에 시작한 무술계의 변화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는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유도의 자유대련이 처음에는 신선한 충격과 함께 보수적인 사람들에게는 반발을 불러왔다면 현재의 격투기에 대한 논쟁도 기존의 도복무술계의 충격과 반발이 포함되어 있다. 지금 무술계에는 100년 전의 유도의 출현과 같은 센세이션이 MMA의 출현으로 다시 재현되고 있으니 100년 만에 벌어진 무술계의 헤쳐 모여’인 셈이다. 정도회관과 같은 가라테 단체는 ‘K-1대회’ ”를 주최함으로서 전통 가라테계와는 결별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앞으로는 도복무술과 종합격투기계 무술로 명확히 무술계의 판도가 양분될 것이다.

 

참조: MMA(이종격투기)의 탄생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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