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A(이종격투기)선수들이 겨루는 모습2

MMA(종합격투기)의 탄생 (2편)

 

MMA는 21세기를 여는 새로운 형식의 격투스포츠

 

MMA(이종격투가, 종합격투기)는 대단히 일본적인 풍토와 발상에서 시작되었다. 선수층이 그다지 깊지 않은 종합격투기계 선수들은 일본에서 개최되는 메이저 대회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선수들이 유명하다. 이 선수들은 프로권투와 같은 일대일 매치가 아니라 한 대회에서 리그전이나 토너먼트를 거쳐 결승에 올라간다. 선수들은 예선전을 치르면서 점점 강한 상대를 만난다. 경기에서 강한 선수를 만나 지면 이번에는 졌어도 다음번에는 더 강하게 단련해서 다시 출전할 것을 다짐하며 물러난다. 일본의 언론과 매스컴들은 점점 더 강해져 가는 선수들을 집중 취재하여 전투력의 수치를 계량화하고 일본 특유의 신파조로 보도를 한다. 또 이번 대회에서는 적이었지만 형식을 달리하는 다른 대회에서는 같은 편이 될 수 있다. 어제의 적은 오늘의 친구라는 공식은 일본소년코믹만화의 단골주제이다. 만화 <드래곤볼>에서 적대관계에 있던 베지터와 손오공은 같은 편이 되었다가 적이 되어 겨루기도 하며 점점 무공이 상승한다. 이런 만화같은 줄거리가 일본의 종합격투대회를 관통한다. 어제는 태클에 못 견디던 선수가 오늘은 태클방어법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무장하고 등장하여 전투력의 수치가 올라간다. 사람들은 팔라딘과 마법사를 선택하듯이 마음에 드는 선수를 골라 응원을 하고 그 선수들은 대회가 거듭됨에 따라 점점 더 나은 기술을 구사하며 하나둘 레벨이 올라간다. 링 위에서는 리얼 파이팅이지만 밑에서는 만화와 RPG게임과 같은 형식으로 경기가 진행된다. 은연중에 시나리오가 펼쳐지는 재미있는 게임이다.

 

2003년 10월에 열린 ‘충주세계무술축제’에는 32개국 52개 단체가 출연을 하였다. 국가의 고유성을 따지는 요즘에는 나라마다 국양 무술의 변형이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각 나라 특유의 고유성과 수천년간의 역사성을 자랑하는 그 국가의 전통무술이라고 선전했지만 거의 일본의 아이키도와 가라테가 적절하게 혼합된 무술이었던 것이다. ‘일본무술, 세계를 정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무사의 나라 일본은 엄청난 양의 무술 컨텐츠를 바탕으로 항상 새로운 형식의 무술을 만들어냈고 그 결과 이종격투대회까지 이르게 되었다. MMA는 21세기를 여는 새로운 형식의 격투스포츠이다. 포르노와 카레돈까스, 회전초밥과 함께 일본이 세상에 내놓은 MMA라는 상품은 속세에 초연한 무술가들의 이미지와 최강의 전시를 보려는 대중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문화이다. 권투레슬링 등의 투기종목에 식상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 기획된 엔터테인먼트라는 것이다. 이것은 프로레슬링처럼 시나리오가 있어 짜고 치는 쇼는 아니다. 비록 링 위에서는 진검승부를 하지만 그 경기가 배포되고 받아들여지는 방식은 여전히 쇼 프로그램과 마찬가지이다.

MMA는 볼거리도 많고 재미있다. 하지만 진정한 강자를 가리기 위한 여정에는 많은 난관이 놓여져 있으며 관객수준도 진화해야 한다. 관객들의 진화는 MMA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100년 전의 인간에 비해 현대인들은 어떤 관점에서는 매우 진화했다. 카페인 음료를 마시고도 잠을 잘 자고, 독극물인 담배를 피우고도 멀쩡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한다. 100km의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를 누구나 다룰 수 있으며, 고등학생들은 하루에 18시간씩 꼼짝않고 앉아 있곤 한다. 스포츠 선수들의 기록을 보면 더 명확하다. 지난 반세기 동안 마라톤의 기록은 30분이 넘게 단축되었고 100m 달리기 기록도 9초대에 진입했다. 60년대 축구경기와는 다르게 21세기의 축구는 속도와 기술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세상은 점점 빨라진다. 태극권처럼 점점 느려지는 무술도 있지만 말이다.

과학자 스티븐 호킹은 “앞으로 우주시대에 인간의 몸은 우주의 가혹한 환경에 견딜 수 있도록 진화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는데, 이 말은 격투기계(界)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100년 전의 인간과는 달리 현대의 격투가들은 확실히 강하고 빠르다. 다쳐도 빨리 낫는다. 일반인들은 그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링 위의 선수가 왜 쓰러졌는지 TV의 느린 반복화면이 없었다면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대목에서 해설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격투가의 기술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범주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기무라 위에 기무라 없고 기무라 뒤에 기무라 없다.”는 말로 유명한 유도선수 기무라는 1950년대에 프로유도를 만들었으나 바로 실패하였다. 시장상황뿐 아니라 관객들이 유도의 기술을 즐기지 못했던 것이 흥행실패의 주요인이었다. 따라서 격투경기가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기체험이 없는 관중에게 어떤 것들을 보여줄 것인가가 관건이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관객의 질이 많이 변했다. 요즈음에는 고등학생들의 막싸움도 암바와 쵸크로 마무리 된다고 하지 않는가.

 

흔히 종합격투기 선전에서는 “최강의 무술가들을 뽑는다.”고 홍보에 열을 올린다. 이종무술이 아니라 굳이 이종격투기라고 강조해서 말하는 데에는 양자의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개념상 명확한 차이가 있다. 무술은 무도라고도 하며 고매한 정신세계나 극기, 수행 등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무술은 기격능력을 중요시한다. 그리고 이 기격능력이란 결국은 싸움을 잘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렇다면 무술과 싸움은 무엇이 다른가?

무술의 기본적인 속성이 기격성이라면, 권투나 레슬링은 무술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뚜렷하지는 않지만 무술과 격투기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권투나 레슬링은 격투기이며 태권도, 검도, 팔괘장, 소림권은 무술이다. 차이라면 권투나 레슬링은 서양에서 온 것이고 나머지는 동양의 것이다. 기격성을 따지자면 권투와 레슬링만한 것이 없다고 하지만 이것이 무술이 안 되는 이유는 동양적인 이론에 근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무술과 격투기를 나누는 동양적인 이론이란 ‘기(氣)에 대한 시각차이다.

기(氣)는 동양에서 우주론을 포함하는 형이상학적 개념인 동시에 기(氣)를 단련한다고 했을 때처럼, 축적이 되는 물리적인 것이다. 서양에서는 격투기를 생리학적 관점에서 근육과 신경을 훈련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근육과 신경의 훈련에 기의 단련까지 포함하는 것을 무술이라고 생각한다. 기(氣)의 실체는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바는 없고, 단지 기능이 인정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동양인들의 의식과 언어습관 속에서 기(氣)는 이미 실제하고 있고 구체적인 것이다. 격투기와 무술을 구별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관점은 미적인 것이다. 무술에는 보여주기 위한 품새 내지 투로가 있고 고수들의 연무회는 제자들의 수련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고수들의 연무는 아름답다. 연무는 타인과의 대결을 목적으로 하는 시합이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공연이다. 또 공연인 만큼 미적인 완성도와 우아함을 추구해야 하는데, 한 사람의 연무의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이 바로 공력(功)의 유무이다. 동양무술에서는 동작을 하는 사람이 체조선수나 마이클 잭슨과 같이 세련되게 기술을 보여주더라도 공력이 없으면 무술이 아니라 춤이라고 판단한다. 반대로 동작은 투박하지만 공력이 있으면 독특한 스타일로 평가받기도 한다. 격투기는 일반적인 무도의 의미에서 정신적인 부분을 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어떤 것은 격투기이고 어떤 것은 무도라고 뚜렷이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그것을 취급하는 방식과 형식상의 문제이다. 현재는 두 분야간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동양인들의 관점에서 무술은 구도적인 면이 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차별 격투기라는 것은 어딘지 무술의 말단이나 수준 낮은 경기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현실격투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MMA 선수들 때문에 무술의 본질적인 개념이 혼란을 겪고 있다. 쉽게 말하면 손에서 장풍을 쏘고 노려보기만 해도 상대가 슬슬 꽁무니를 빼는 강한 기도(氣度)를 가진 무술가들이 MMA 대회에 나오지 않아 실망을 하게 되는 것이며 과연 그런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 있는가에 의문을 품으면서 무술 전반에 대한 과장된 인식을 수정해야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무술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어 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세의 무술은 전쟁터에서 사용하는 전투기술이었다. 이때 맨손무술은 부수적인 것이며 검과 창 같은 무기술이 무술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평화 시기에 접어들자 살벌한 전장(戰場)무술의 필요성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예술적인 의미를 중요시하거나 교육에 중점을 두게 되었고 맨손무술도 각광을 받게 되었다.  EPL중계

 

참조: MMA(종합격투기)의 탄생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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