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A(이종격투기) 하는 모습1

MMA(종합격투기)의 탄생 (1편)

 

MMA는 20세기 말에 태어났다

 

MMA(이종격투기)는 20세기 말에 태어났다. 유술과 레슬링을 아버지로, 무에타이를 어머니로 어두운 경기장, 뿌옇게 피어나는 연기, 갑자기 폭발하는 불꽃, 선수들은 복도를 천천히 걸어나와 어느덧 사형집행장과 같은 링 위로 올라간다. 관중들은 소리친다. 더 세게, 더 잔인하게 상대를 눕히라고. 링 바닥의 하얀 캔버스천은 서서히 붉게 물들어가고 조명은 차츰 어두워진다.

 

MMA는 종합격투기라는 용어가 더 정확한 말이다

 

로마에 가면 콜로세움이라는 대형 원형경기장이 있다. 고대 로마의 복받은 시민들의 오락시설로, 이곳에서는 하루도 쉬지 않고 검투사들의 피비린내 나는 시합이 벌어졌다. 피를 보고 환호하는 선택받은 군중들, 한 사람의 생사여탈권을 쥔 절대권력자. 고대 검투사들의 목숨을 건 사투(死)와 흡사한 경기가 21세기 초두에 한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흔히 이종격투기라고 알려진 시합. 이종(異種)격투기라는 것은 서로 다른 종류의 격투기가 한 곳에 모여 경기를 하는 것이다. 즉 태권도가 유도와 대결을 하고 권투가 레슬링과 시합을 한다. 하지만 다양한 기술과 룰을 한 경기장에서 실현시킨다는 점에서 이종격투기보다는 종합격투기(Mixed Martial Arts, MMA)라는 용어가 더 정확한 말이다.

 

199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MMA전은 지난날 최강의 무술만을 쫓던 사람들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실전에서는 권투가 셀까, 태권도가 셀까, 호사가들의 입으로만 오르내리던 환상들이 진짜 현실세계에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화려한 무(武) 기술로 실전에서도 공중을 날아다닐 것이라고 상상했던 무술들은 종적을 감췄다. 초창기 이종격투무대에서 선전(善戰)을 한 무예는 구경하기에는 상당히 지루한 그레이시 주지술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UFC 초기대회에서 상대 선수에게 무차별로 안면가격을 하던 그레이시 파이터들의 모습을 보며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격투기 경기에서 누운 상대를 가격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마운트 자세의 타격이 가장 효과적인 필살기의 하나로 자리 잡았으니 MMA계도 쏜살같이 엄청난 속도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세기말 속옷은 벗겨졌고 금기는 사라졌다. 실전무술이라고 자칭했던 무술들은 대부분 MMA 대회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특히 중국무술은 거의 맥을 추지 못했다. 중국무술은 보기엔 우아했지만 실전에선 그리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10여 년간 MMA 대회에 나왔던 많은 장르의 무술들은 사라졌고 유술과 유술을 응용한 무에타이류의 타격기만이 남게 되었다. 아니, 사라졌다기보다 새로운 기술들과 새로운 무술이 만들어졌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바로 21세기 현대인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Mixed Martial Arts, 종합격투기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MMA는 권투나 레슬링처럼 제한된 룰로 우열을 가르는 장르무술이 아니다. MMA 자체는 무술이 아니라 다양한 무술들이 출전할 수 있는 대회의장을 가리킨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권투경기를 하려면 권투기술을 연마해야 하는 것처럼 MMA 대회에 나가려면 대회 특성에 맞는 기술들을 연습해야 한다는 점에서 최근에는 MMA가 하나의 종합무술로서 정착되고 있다. 하나하나의 기술을 뜯어보면 레슬링이나 유도에서 기원한 것이 많지만 대부분의 기술은 MMA의 특성에 맞게 수정이 된다. MMA에 출전하는 타격기 선수들만 해도 기존의 무에타이나 권투와는 궤적이 다른 펀치들을 고안하여 사용한다. 효도르나 크로캅의 펀치는 권투선수들이 보기에는 서툴기 짝이 없지만 상대의 태클이나 발차기를 방어하기 위한 경험이 녹아있는 MMA 경기에 적합한 펀치들인 것이다.

 

MMA는 집단창장무술이다

 

MMA는 창시자의 노력과 영감으로 새로운 무술이 탄생했던 과거의 무술 비사들과는 차이가 있다. MMA 무술은 전 세계의 격투가들이 MMA 대회라는 장에 참여하기 위해 공을 들인 집단창작무술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최강의 무술을 찾는 논쟁이 끝난 허전한 링 위에는 21세기의 새로운 무술, 타격기와 유술기를 아우르는 진정한 패자, 종합격투기만이 남게 되었다. 강한 무술을 찾는 개와 고양이의 끝이 없는 싸움은 현대의 발달된 매스미디어와 자본의 힘으로 개와 고양이를 교배시킨 것이다.  스포츠중계

 

참조: MMA(종합격투기)의 탄생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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